[Review] 2020 인터렉티브 아트x테크 전시 후기(2)

설명과 여백 사이

이번 전시를 제외하고 여태까지 3번 정도의 전시 및 쇼케이스를 했었다. 그 때마다 나는 관객들에게 내 작업을 열심히 설명했다. 이 센서와 기계들을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 테크니컬한 디렉션부터 이 안에 담긴 의미, 내가 의도한 바 그 모든 것들을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설명하고 나면 금방 지쳐버린다. 처음에 설명하는 시간조차 즐거웠지만, 점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이렇게 설명을 듣고 알아가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넷플릭스에서 아티스트들에 대한 다큐를 종종 보는데, abstract 시리즈의 olafur eliasson 편을 보면서 관객들이 알아서 작품을 느끼고 해석하도록 한다는 게 어떤 건지 확 와닿았다. 그와 달리, 이전까지의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객을 이끌기 위해 상황을 계속해서 컨트롤 해왔었다.

난생 처음 보는 작품이 눈앞에 있을 때, 누군가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알려준다면 땡큐베리마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미술과 추상적인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 혼란스러워한다. 비쥬얼 자체가 낯설 때도 있지만,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럴 때가 많았지만 갤러리와 전시를 많이 다니다 보니, 작가의 말과 작가의 인생사를 자세히 읽어보고 작품에 대한 나만의 감상을 자꾸 만드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인문학을 전공한 덕분일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전시를 해볼수록 모든 관객들이 그럴 거라는 착각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 앞에서 짜증이 나고, 돈이 아깝다고 느껴지고, 벽에 코딱지만하게 써있는 작가의 말을 눈이 빠지도록 열심히 읽어봐도 어려운 말투성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요즘 예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예술은 작가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라는 것이다.

관객들이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면서 의미는 담아갈 수 있는 작품, 너무 많은 설명은 하지 않되 내가 의도한 바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렉티브 아트가 더욱 어려운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나만큼, 개발자들만큼, 메이커들만큼 우리가 쓰는 센서나 기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어떻게 작동시키고 어떻게 인터렉션을 해야 하는지 당황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전시에 찾아온 관객들 중, 체험형 아트앤 테크놀로지, 인터렉티브 아트, 미디어 아트 전시에서 쓰는 센서와 기술들에 친숙한 사람들은 아마 2-30%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기술은 예술과 마찬가지로 elitism 의 반열에 올라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인터렉티브한 부분을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면, 기술적으로 이 작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설명을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최대한 설명을 줄이고, 기술에 대한 낯선 감정과 인식을 줄이면서 작품을 즐길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몇 번의 전시 끝에 배운 것이 '직관적'인 인터렉션이었다. 아마 UX 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내가 전형적인 fine art 같은 프로세스를 밟지 않고, 앱이나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직업이다보니 나온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렉티브 아트랩에서 여러 작업을 공유하고, 온라인에서 여러 크리에이티브 코딩, 제너레이티브 아트 작업들을 볼수록 재미있고 직관적인게 끌리더라. 그걸 예술이라고 할지 말지는 개개인의 몫이지만, 나는 전시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있노라면 대중한테 다가가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여전해진다.

카페, 갤러리, 베뉴

카페에서 전시를 해보고 나니, 더 많은 카페들이 갤러리 전시를 적극적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전시할 수 있는 작가들이 찾아보면 굉장히 많을 텐데, 너무 크거나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어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요즘은 이런 카페/갤러리 공간들이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적어지고, 주변에 카페들은 천지이다. 카페를 특별하게 브랜딩하거나 소셜미디어로 더 많은 팔로워를 유입하려면, 카페 운영자 입장에서도 전시가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된다.

인터렉티브 미디어라는 분야에 대한 회고

이 부분은 다른 장문의 포스팅으로 남기고 싶어서 여기에는 짧게 남긴다.

접근성

  • 배우고 싶어도 배울만한 곳들이 많지 않거나 마땅치 않다.
  • 관심있는 대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거나 주변에서 같이 좋아하는 친구가 없으면 이 분야를 스터디하기가 힘들다.
  • 많은 리소스가 영어로 되어있기에 영어를 잘 못한다면 더더욱 힘들다.

커뮤니티

  • 초보자, 입문자, 혹은 어느 정도의 유경험자(개발자/디자이너/메이커)들 각각의 집단을 위하거나, 그들이 모두 함께 교류도 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중요성
  • 프레임워크 / 툴 마다 커뮤니티가 잘 만들어져 있는 외국의 사례들
  • 대학원이나 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 관련 전공이 있는 학교들) 로 주축이 되어 있는 인맥

마이너 ? 대중 ?

  • 작가마다 작업마다 타겟이 매우 다를 것이다. 나는 어떤 취향인지 고려해본다..
  • 점점 대중으로 다가가는 길은 어떤 모양일까? 해외는 이미 많이 전파되어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elitist 의 축에 속하는 것 같기도.
  • 예술과 기술이라는 분야 자체가 이미 elitism 에 많이 물들여져 있다. 교육받지 못하면, 기회가 없으면 쉽게 접하거나 배울 수 없는 분야들이다. 나는 이걸 넘어서고 싶은가? 어떻게 그 선을 넘어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