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서 인터렉티브 아트랩 그룹 전시를 열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전시였는데 여러모로 느낀 점이 많아서 블로그로 후기를 남겨본다.
미디어 아트, 아트앤테크놀로지, 인터렉티브 미디어, 인터렉티브 아트.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분야인 만큼 정형화된 것보다는 실험적인 시도가 더 많다. 이 분야와 가장 가까운 직군인 디자이너 혹은 프로그래머일지라도, 아직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래서 '전시를 합니다' 라고 열심히 홍보해도 '나 이거 너무 보고 싶었어요!' 하고 찾아오는 관객들이 아직 불특정다수는 아니다.
그러다보니 전시에 방문한 관객들, 특히 혼자 전시장에 들어와서 작품들을 열심히 만져보는 사람들이 참 반갑고 고마웠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든 없었든, 자의로 왔건 타의로 왔건, 직접 작품을 보고 가지고 놀아 본 타인들의 피드백은 작가에게 좋은 거름이 되기에 기록해본다. 더불어 작품 자체에 대한 피드백 뿐만 아니라 전시를 기획하고 홍보하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회고도 함께 한다.
왔던 관객들을 총 3분류로 나눠볼 수 있었다.
우리 랩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고 온 사람들, 각 멤버들의 지인인 사람들, 카페에 어쩌다 들린 사람들.
장소가 카페이다 보니, 금요일 오전~이른 오후에는 '전시는 모르겠고,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들이 많았다. 팀 런치를 먹으면서, 포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아뿔싸. 다들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이 많이 안 올거라는- 평소보다 낮은 기대감으로, 다소 가볍게 준비한 감이 없지 않았기에, 마땅한 포스터도 걸어놓지 않았었다. 카페 안에 손님들이 있어도 작품에 접근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는데 -
이런 의견이 오갔었다.
나는 1번 생각이 더 컸지만, 그래도 전시를 하고 있다는 표시를 더 낼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전시 초반이니까 뭐라도 더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었다.
카페의 유리문에 붙일 A3 포스터를 생각하다가, 어차피 카페 밖은 공터이고 주차장이라서 내부에 전시 표시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대로 진행되었다. 그냥 카페에 들린 사람들, 전시를 보기 위해 들어온 사람들 모두에게 좀 더 명확하게 참여형 미디어 아트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카페 안에서 놀고있는 듯한 X 배너를 사용해도 되는지 주관 측에 문의한 후에, 배너용 현수막을 주문했다. 성수동 아트플러스 마니아 인쇄업체 에서 빠르게 당일 주문 제작했다. 작품 제목/작가 글귀 시트지도, 현수막도 당일 요청을 했는데,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급한 주문이란 걸 이해해주시고 받아주셔서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작품을 구경하는 관객들이 있으면 지켜보다가 다가간다. 디렉션이 없어서 헤매고 있으면 짧게 안내를 하고, 질문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라고 얘기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관객들, 특히 혼자 왔거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과 대화가 이어진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내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떻게 오시게 되었어요?'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답변들은,
인터렉티브아트에 관심이 있어서 찾다가 랩 사이트 및 인스타그램 계정를 발견하고 팔로우하다가 전시 소식을 들은 분들. ( --> 나와 이야기했던 분들의 70% 정도)
예전에 내가 우먼후코드나 모두의 연구소에서 발표한 것을 보시고, 관심이 생겨서 내 계정 혹은 랩 계정은 팔로우하던 인스타 친구분들.
작년에는 거의 모든 친구들한테 전시 꼭 오라는 홍보를 엄청 했다. 그 사람들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렇게 전시를 해보고나니, 그들이 나 때문에 (70%는) 억지로 오고, 나는 이게 왜 흥미로운지 설득해야 할 것만 같은, 이 이상한 경험이 쌍방 모두에게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시간과 에너지를, 개인 / 랩 계정으로 인스타 홍보를 하는 데에 더 주력했다. 관심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스스로 찾아오는 게 훨씬 더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을 내려놓으니, 정말 예상치 못했던 친구들과 인친들이 방문해주었다. 나 또한 그들이 흥미로워하는 매체를 직접 접할 수 있도록 좋은 계기를 주었다는 생각에 한층 더 뿌듯했다. 그리고 (좋든 나쁘든) 건설적인 피드백을 듣고 싶은 나로써는, 본인의 의지로 방문한 사람들과의 인터렉션이 훨씬 즐거웠다.
내 작품에 대해 회고하고 개선점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이 아직 leap motion (손 동작 감지 센서) 같은 센서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leap motion 위에 손을 올리는 게 아니라, 자꾸 센서 자체를 움직이려고 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책상 위의 글을 그렇게 많이 읽는 것 같지 않다.
명상 느낌을 주기 위해 앉는 방식을 택했으나, 치마를 입었거나 신발은 벗으려는 사람들은 불편해보였다.
내가 만든 비쥬얼로 리무버블 스티커(컴퓨터에 붙여도 자국이 남지 않는 스티커)와 타투 스티커를 만들어갔다. 모양별로 수요가 조금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타투 스티커는 나중에 보니 다 사라지고 없었다. 뿌듯^__^
장미 패턴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sphere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마다 엄청 빨리 움직이려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음악이 있어도), 내가 의도한 대로 천천히 음미하듯이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른 작품들은 사실 작품 설명이 하나도 없고 일단 체험하고 보는 형식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내가 의도하는 메세지를 쓰고, 어떻게 손을 움직여야 하는지 그림으로 그려놓았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서 관람하기 편했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이번 작품은 명상을 테마로 했다. 명상을 매일 하고 있는 몇몇 관객들이 내 작품을 체험한 뒤, 너무 좋고 실제 명상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 났다고 해주어서 뿌듯했다.
기획 전시처럼 좀 더 뚜렷하게 관통하는 스토리와 메세지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냥 재미있고 신기했으면 끝 이라는 관객들도 생각보다 많다는 걸 점점 느낀다. 그런 사람들은 작가의 말도, 그런 메세지도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걸 굉장히 명확하고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대다수의 관객들에게 더 깊이를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것일까?
전시 작품들 중에 QR 코드를 이용하는 작업들이 2개 있었다. 하드웨어, 미디어아트, 설치물을 자주 경험해본 사람들의 눈에는 키넥트, 립모션 보다는 QR 코드를 이용한 작품들이 신기해보였나 보다. 우리에겐 익숙했던 거라 별 생각을 못했는데..!
한국에 인맥이 많이 없는 나지만, (한국에서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니지 않았고 이쪽 분야 활동은 모두연 랩에서 한 것들, 인스타 계정에 업로드 하는 것들이 거의 전부였다) 이런 식으로 점점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내가 했던 대외 활동들이 의미가 있었구나 - 다행이었다.